유기농구기자, 약 드시는 분도 매일 먹어도 될까요?

얼마 전 약국에 오신 분이 유기농구기자 한 봉지를 보여주시며 물 대신 차로 마셔도 되는지 물으셨어요. 그런데 복용 중인 약을 여쭤보니 와파린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좋은 식품이냐보다 내 약과 부딪히지 않느냐가 먼저입니다.
유기농이라는 말이 효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유기농 구기자는 재배 과정에서 합성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제한한 기준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기준처럼 생산 과정의 관리에 초점이 있지, 혈당이나 눈 건강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기농이면 무조건 안전하고 많이 먹어도 된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또 유기농 표시와 건강기능식품 표시는 다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은 원료, 기능성 문구, 섭취량이 따로 표시됩니다. 구기자 원물이나 구기자차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기자 성분, 기대할 부분과 아직 부족한 부분
눈 건강 쪽은 제아잔틴 때문에 관심을 받습니다
구기자는 고지베리, 울프베리라고도 불리고, 카로티노이드 중 제아잔틴이 비교적 많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아잔틴은 황반색소와 관련이 있어 눈 건강 소재로 자주 언급됩니다. 실제로 일부 인체 연구에서는 구기자를 90일 정도 섭취했을 때 혈중 제아잔틴이나 황반색소밀도가 올라간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다만 이걸 곧바로 시력이 좋아진다거나 황반변성을 치료한다는 말로 바꾸면 과장입니다.
건조 과일이라 당과 열량도 같이 봐야 합니다
미국 농무부 식품성분자료를 기준으로 말린 구기자 100g에는 열량이 약 349kcal, 탄수화물 77.1g, 당류 45.6g, 식이섬유 13g 정도가 들어 있습니다. 흔히 한 줌으로 잡는 28g은 약 98kcal이고 당류가 12g을 넘습니다. 요거트나 오트밀에 조금 올려 먹는 정도와, 차로 진하게 끓여 하루 종일 마시는 것은 몸에 들어가는 양이 꽤 다릅니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허브 정보에서도 구기자의 혈당, 콜레스테롤 관련 인체 자료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유럽식품안전청도 구기자의 항산화 건강표시에 대해 원인과 결과 관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께 영양 있는 말린 과일 정도로 보되, 약처럼 기대하지 말라고 설명드립니다.
같이 먹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약
- 와파린을 드시는 분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구기자 제품 섭취 뒤 INR 상승과 출혈이 보고된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코피, 멍, 잇몸출혈, 혈뇨 같은 신호가 있으면 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소판제나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같은 항응고제를 드시는 분도 고농축 추출물이나 진한 구기자차는 먼저 상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와파린만큼 자료가 많지는 않아도 출혈 위험을 낮게 볼 상황은 아닙니다.
- 당뇨약을 드시는 분은 혈당 변화를 봐야 합니다. 구기자 다당류와 혈당 관련 연구가 있지만 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 계열 약을 쓰는 분은 저혈당 가능성을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 부정맥약, 항경련제, 면역억제제처럼 혈중 농도 관리가 중요한 약을 드시는 분은 캡슐, 농축액, 분말 제품을 가볍게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약물대사효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언급됩니다.
하루 섭취량은 얼마나 잡는 게 현실적일까요?
구기자는 비타민D처럼 딱 정해진 하루 권장량이 있는 성분이 아닙니다. 연구마다 13.7g, 15g, 25g, 28g처럼 사용량이 다르고, 제품 형태도 열매, 주스, 추출물로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약을 드시지 않는 성인이라면 건조 구기자 10g 안팎에서 시작하고, 많아도 20~30g 정도를 넘기지 않는 쪽으로 안내합니다.
차로 마실 때는 5~10g 정도를 우려 맛을 보는 정도가 무난합니다. 색이 잘 난다고 계속 추가해서 끓이거나, 진한 차를 물처럼 마시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캡슐이나 추출분말은 같은 무게라도 성분이 농축되어 있을 수 있어 원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안 됩니다.
이런 분은 유기농구기자도 한 번 더 확인하세요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은 보충제 형태의 구기자를 피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안전성 자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 복숭아, 토마토, 견과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처음 섭취할 때 입술 붓기, 가려움, 두드러기, 목 조임 같은 반응을 살펴야 합니다.
- 수술이나 내시경 시술을 앞둔 분은 평소 먹는 건강식품 목록에 구기자차와 구기자분말도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 당 조절 중인 분은 말린 과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무가당이어도 자연 당은 들어 있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유기농 인증 여부, 원산지, 제조일 또는 소분일, 첨가당 여부를 봅니다. 말린 열매는 색이 너무 선명하고 끈적한 제품보다 냄새가 깨끗하고 곰팡이 냄새가 없는 제품이 낫습니다. 분말은 원물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표시사항을 꼼꼼히 봐야 합니다.
약국에서 11년 일하며 느낀 건, 건강식품은 좋은 성분을 찾는 일만큼 멈춰야 할 상황을 아는 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유기농구기자는 적당히 즐기면 괜찮은 분이 많지만, 약을 드시는 분에게는 한 줌도 정보가 됩니다. 새로 시작하려면 복용 중인 약 이름을 적어 약사에게 보여 주세요. 그 작은 확인이 실제 위험을 꽤 줄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