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개나무즙, 술 마신 다음 날마다 먹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약국에서 40대 남성분이 헛개나무즙 한 박스를 들고 오셔서 “이거 먹으면 간이 좀 회복되나요?” 하고 물으셨어요. 회식이 잦고 피곤해서 샀는데, 이미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드시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늘 먼저 묻습니다. “술을 얼마나 자주 드세요? 간수치 검사는 최근에 하셨어요? 드시는 약은 더 없으세요?” 헛개나무즙은 익숙한 식품처럼 느껴지지만, 간과 술, 약이 함께 걸려 있는 제품이라 가볍게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헛개나무즙은 무엇을 기대하고 먹는 걸까요?
헛개나무는 보통 열매자루, 즉 과병 부위를 많이 씁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된 것은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처럼 규격화된 원료이고, 식약처 기능성 표현은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 정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도움”과 “줄 수 있음”입니다. 간 질환을 치료한다거나, 술로 생긴 손상을 없애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중의 헛개나무즙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인 경우도 많습니다. 박스 앞면에 헛개나무 그림이 크게 있어도, 실제로는 헛개나무 추출액 함량, 농축 정도, 당류, 다른 식물 추출물 배합이 제품마다 다릅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면 제품 포장에 건강기능식품 표시와 기능성 원료명, 1일 섭취량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그냥 ‘헛개즙’이라고 적힌 제품은 기능성 원료 기준으로 복용량을 맞춘 제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숙취에 효과가 있다는 말,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헛개나무 과병 추출물에 대한 인체적용시험은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이중눈가림, 교차시험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나 숙취 증상 일부가 위약보다 나아진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다만 대상자가 건강한 성인이고, 연구 규모가 크지 않으며, 간 질환자나 여러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대개 제외됩니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숙취를 없앤다”로 넓혀 말하긴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오해는 “헛개나무즙을 먹으면 술을 더 마셔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건 위험합니다. 숙취가 조금 덜 느껴진다고 해도 알코올이 몸에 주는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음주 후 운전 가능 여부와는 전혀 별개로 생각해야 합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개인의 체중, 성별, 간 효소, 음식 섭취, 음주 속도에 따라 달라지고, 헛개나무즙 하나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하루 섭취량은 제품 표시가 기준입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온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 제품은 원료와 지표성분이 규격화되어 있고, 제품마다 1일 섭취량이 표시됩니다. 과거부터 많이 알려진 제품들에서는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 2,460mg 수준의 배합이 언급되곤 했지만, 모든 헛개나무즙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즙, 농축액, 분말, 환 형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헛개나무즙은 보통 하루 1포 또는 1병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약국에서 “몸에 좋다니까 두세 포씩 먹어도 되죠?”라는 질문을 꽤 듣는데, 그렇게 권하지 않습니다. 식물성 원료도 많이 먹으면 위장 불편, 설사, 속쓰림이 생길 수 있고, 당이 들어간 액상 제품은 혈당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품 라벨의 1일 섭취량을 넘기지 않는 쪽이 안전합니다.
- 일반식품 헛개나무즙: 기능성 효과보다 원료 함량과 당류 확인이 먼저입니다.
- 건강기능식품 헛개나무 제품: 기능성 원료명과 1일 섭취량을 확인합니다.
- 간수치가 높아 먹는 경우: 검사 원인 확인 없이 즙으로 버티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같이 먹을 때 특히 조심할 약이 있습니다
헛개나무와 약물 상호작용은 아직 사람에서 충분히 확정된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험실 연구에서는 헛개나무 과병 물추출물이 일부 약물대사효소, 특히 CYP 계열 효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이 말은 모든 약과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은 아니지만, 장기 복용약이 있는 분은 조심할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소판제, 아스피린, 소염진통제를 자주 드시는 분은 임의로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최근 숙취 관련 인체시험에서도 위장관 출혈 위험이 있는 약이나 알코올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제외된 경우가 있습니다. 연구에서 제외된 사람에게는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됐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항우울제, 수면제, 항불안제, 간질약, 결핵약, 항진균제처럼 간에서 대사되는 약을 복용 중인 분도 상담이 필요합니다. 디설피람처럼 알코올 관련 치료제를 쓰는 분은 헛개나무즙보다 음주 자체와 치료 계획이 우선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약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이런 분은 먼저 상담이 필요합니다
- 간염, 지방간, 간경변, 간수치 상승으로 진료 중인 분
- 신장 기능이 떨어졌거나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았던 분
- 임신 중, 수유 중, 임신을 준비 중인 분
-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을 여러 개 함께 드시는 분
- 와파린, 클로피도그렐, 아스피린, 소염진통제를 복용 중인 분
- 헛개나무즙을 먹고 두드러기, 복통, 설사, 메스꺼움이 있었던 분
간 건강을 위해서는 헛개보다 술 양이 먼저입니다
솔직히 약국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간 건강 제품을 찾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피로가 심하고, 오른쪽 윗배가 묵직하고, 건강검진에서 AST, ALT, 감마지티피가 올라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헛개나무즙을 꾸준히 먹으면 괜찮겠죠?”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때 제품보다 검사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간은 꽤 오래 참는 장기입니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가 검사에서 먼저 이상이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술을 자주 마신다면 헛개나무즙을 추가하는 것보다 주당 음주 횟수와 양을 줄이는 변화가 훨씬 큽니다. 특히 연속 음주를 끊고, 최소한 며칠은 간이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시작입니다.
헛개나무즙을 선택한다면 목적을 좁혀 잡는 게 좋습니다. 숙취가 심한 날의 보조 정도, 또는 건강기능식품 표시가 있는 제품을 표시량대로 먹는 정도가 무난합니다. 간수치를 낮추려고, 술로 인한 손상을 지우려고, 피로를 전부 해결하려고 먹는다면 기대가 너무 커집니다.
제가 손님들께 자주 드리는 말은 이렇습니다. “헛개나무즙이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지만, 술을 더 마시게 만드는 핑계가 되면 그때부터는 손해입니다.” 간을 챙기려는 마음은 좋은 출발입니다. 다만 그 마음이 제품 한 포에만 기대지 않고, 음주량과 복용약, 검사 결과까지 같이 보는 쪽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