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녹용, 먹는 약과 함께 괜찮을까요?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홈쇼핑 방송을 보고 녹용을 주문한 뒤 제품 사진을 보여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좋다길래 샀는데, 지금 먹는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될까요?”입니다. 11년째 약국에서 일하는 제게도 제품 이름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녹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함께 넣은 성분이 무엇인지에 따라 확인할 내용이 달라지거든요.
녹용이 들어 있으면 모두 건강기능식품일까요?
아닙니다. 홈쇼핑에서 파는 녹용 제품도 일반식품일 수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건강기능식품일 수도 있습니다. 식품안전나라 안내처럼 포장에 ‘건강기능식품’ 문구나 마크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방송에서 ‘건강식품’이라고 부르는 말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 해도 모든 녹용 제품에 같은 기능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료의 종류와 제조 방법, 인정받은 기능성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품안전나라에는 특정 녹용 유래 원료에 대해 노화로 감소할 수 있는 근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표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표시를 일반 녹용 농축액이나 다른 배합 제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피로가 싹 풀린다’거나 ‘면역력이 확 올라간다’는 방송 속 표현은 제품 포장에 적힌 공식 기능성 문구와 구별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효과를 보는 눈높이도 조금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녹용 보충제에 관한 사람 대상 무작위 시험 7건을 검토한 연구에서는 확실한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이후 특정 녹용 추출물을 시험한 연구가 나오고 있지만, 한 원료에서 관찰한 결과를 모든 홈쇼핑녹용의 효과로 넓힐 수는 없습니다.
먹는 약이 있다면 어떤 성분을 함께 봐야 할까요?
녹용 자체와 처방약 사이의 상호작용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과 반드시 충돌한다고 단정할 수도, 같이 먹어도 안전하다고 보증할 수도 없습니다. 제가 약국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제품의 전체 원재료명과 현재 복용 중인 약 목록입니다. 녹용 외에 홍삼, 식물 추출물, 비타민, 미네랄이 들어간 제품도 있기 때문입니다.
- 와파린 등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한다면 구매한 제품의 성분표를 약사나 처방의에게 보여주세요. 녹용의 출혈 위험이 입증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함께 든 다른 성분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당뇨병 약을 복용하거나 혈당을 자주 측정한다면 다른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시작하는지도 알려주세요. 식사 변화와 새로 먹기 시작한 성분을 함께 봐야 혈당 변화의 원인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 복용량 조절이 중요한 약을 먹거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제품을 시작하기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도 보충제와 약의 상호작용은 성분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영양제니까 약과는 상관없겠지” 하고 넘기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약국에 오실 때 약 봉투와 녹용 제품의 뒷면 사진을 같이 가져오시면 확인이 훨씬 수월합니다.
하루 몇 포가 적당할까요?
녹용에는 모든 제품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하루 권장량이 없습니다. 녹용 분말인지, 추출액인지, 여러 원료를 섞은 제품인지에 따라 표시 방식부터 다릅니다. 포장에 적힌 ‘1일 섭취량’과 ‘1회 섭취량’을 각각 확인하세요. 예를 들어 1회 1포, 1일 2회라면 하루 섭취량은 2포입니다. 방송에서 한 포를 더 먹으면 좋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표시량을 임의로 늘릴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앞면의 ‘녹용 추출액 함유’라는 큰 글씨만 보지 말고 원재료명과 함량 표시도 읽어보세요. 추출액의 비율은 원료 녹용 분말의 무게와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제품 두 개의 ‘녹용 몇 퍼센트’를 단순 비교해 더 진한 제품을 고르기도 어렵습니다. 추출액의 농도와 제조 방식이 다를 수 있어서입니다.
이미 홍삼액이나 종합비타민을 먹고 있다면 새 제품의 부원료가 겹치는지도 보셔야 합니다.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은 여러 제품에서 같은 성분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각각의 표시량을 합산해야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복용 시간을 몇 시간 벌려도 하루 총섭취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구매 전에는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요?
방송 화면을 캡처했다면 제품 앞면보다 뒷면의 표시사항을 확대해 보세요. 식품 유형, 원재료명, 함량, 1일 섭취량, 섭취 시 주의사항을 차례로 읽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면 식품안전나라에서 제품명과 표시된 기능성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식품이라면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기대하고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임신·수유 중이거나 어린이에게 먹일 제품을 찾는다면 성인용 제품을 나눠 먹이는 방식은 피하세요. 이런 사람들에게 녹용 제품이 안전한지 확인한 자료는 제한적이고, 원료별 주의사항도 다릅니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먹은 뒤 발진, 복통 같은 이상 증상이 생겼다면 섭취를 멈추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약국에서 제가 가장 반가운 질문은 “이 녹용이 좋나요?”보다 “제가 먹는 약과 성분을 함께 봐주실 수 있나요?”입니다. 홈쇼핑녹용은 광고 문구보다 포장의 작은 글씨가 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그 내용을 확인한 뒤 내 건강 상태와 복용 약에 맞는지 판단하는 것이, 서둘러 주문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