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유산균, 광고 속 균 수만 보고 고르시나요?

얼마 전 약국에 오신 분이 홈쇼핑유산균 상자를 꺼내며 물으셨어요. “100억 마리라서 샀는데, 집에 있는 유산균도 같이 먹어도 되나요?” 방송에서는 숫자가 크게 보이지만, 막상 하루에 몇 포를 먹어야 하는지,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약국에서 11년 동안 상담하다 보니 저는 균 수보다 먼저 뒷면의 섭취 방법과 원재료명을 봅니다.
100억 마리면 10억 마리보다 좋을까요?
포장에 적힌 CFU는 살아 있는 미생물의 수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고시형 프로바이오틱스는 하루 섭취량이 1억~100억 CFU 범위로 제시됩니다. 이 숫자는 누구나 100억을 채워야 한다는 뜻도, 100억을 넘기면 곧바로 해롭다는 뜻도 아닙니다. 제품의 표시 기준을 이해할 때 쓰는 수치에 가깝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건강보조식품정보실은 CFU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건강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세계소화기학회 역시 기대하는 효과를 판단할 때는 균의 종류와 균주, 사용된 양을 함께 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유산균’이라도 연구에 쓰인 균주가 다르면 그 결과를 그대로 옮겨 말하기 어렵습니다. “17종 함유” 같은 문구도 종류가 많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 내 증상에 더 잘 맞는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숫자를 볼 때는 ‘한 포당’인지 ‘하루 섭취량당’인지도 확인하세요. 하루 두 포 제품의 한 포 함량과 하루 한 캡슐 제품의 함량을 그대로 비교하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또 제조할 때 넣은 균 수와 소비기한까지 보장하는 균 수는 의미가 다릅니다. 보관 중 생균 수가 줄 수 있으니 소비기한과 냉장·실온 보관 표시도 같이 봐야 합니다.
집에 있는 유산균과 함께 먹어도 될까요?
일반적으로 유산균 제품 두 가지를 함께 먹어야 효과가 좋아진다는 근거는 부족합니다. 같은 균주를 중복해서 먹을 수도 있고, 균 외에 들어 있는 성분까지 겹칠 수 있어요. 가령 홈쇼핑유산균에 아연이 들어 있고 종합비타민에도 아연이 있다면, 확인할 숫자는 유산균 CFU만이 아닙니다. 하루 섭취량 기준으로 두 제품의 아연 함량을 더해 봐야 합니다.
프락토올리고당이나 이눌린처럼 유산균의 먹이로 넣는 성분도 살펴봅니다. 이런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여러 개 겹치면 사람에 따라 가스나 더부룩함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두세 제품을 한꺼번에 시작하면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도 알기 어렵죠. 이미 먹던 제품이 있다면 새 제품을 추가하기 전에 두 상자의 원재료명, 영양·기능정보, 하루 섭취량을 나란히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항생제나 다른 약을 먹는 중이라면요?
항생제를 복용할 때 유산균을 문의하는 분이 많습니다. 일부 균주는 항생제 관련 설사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유산균이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고, 유산균이 항생제를 대신하지도 않습니다. 영국 의료기관의 복용 지침에는 유산균과 항생제를 약 2시간 간격으로 먹도록 안내한 사례가 있습니다. 간격을 두는 것은 항생제가 유산균에 미칠 영향을 줄이려는 실무적인 방법입니다. 항생제 자체의 식전·식후 복용법은 처방받은 안내를 우선해야 합니다.
약을 먹는 분께는 “유산균이니까 무조건 괜찮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분, 중증 질환이 있는 분은 살아 있는 균을 섭취하는 일이 평소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중심정맥관이 있는 환자에게는 특히 일부 효모 유산균의 감염 위험이 보고돼 있습니다. 질환이 있거나 처방약을 복용 중이라면 제품 상자와 약 봉투를 함께 보여주고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방송을 끄기 전에 확인할 네 가지
- 하루 몇 포 또는 몇 캡슐을 먹는지, 그 양의 CFU가 얼마인지 확인합니다.
- 균주 이름이 적혀 있는지, 광고하는 효능이 실제 표시된 기능성 내용과 같은지 봅니다.
- 아연·비타민·식이섬유 같은 추가 성분이 현재 먹는 제품과 겹치는지 확인합니다.
- 소비기한, 보관 방법, 질환이나 약 복용 시 주의 문구를 읽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고시형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 표현은 유익균 증식과 유해균 억제, 배변활동 원활,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입니다. 장 질환을 치료한다거나 누구에게나 같은 변화를 보장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상이 오래가거나 혈변, 심한 복통, 체중 감소가 있다면 유산균을 바꿔 가며 기다릴 일이 아니라 진료가 먼저입니다.
홈쇼핑유산균을 고를 때 제가 가장 반기는 질문은 “몇 억 마리예요?”보다 “제가 먹는 것과 겹치지 않나요?”입니다. 화려한 숫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만, 내게 맞는 하루 섭취량과 함께 먹는 약을 확인하는 일이 훨씬 오래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