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늘 효능 간 건강에도 도움이 될까요?

얼마 전 약국에서 간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다는 분이 흑마늘즙을 들고 오셨습니다. “간에 좋다던데, 지금 먹는 약과 같이 먹어도 되나요?”라고 물으시더군요. 흑마늘은 식품으로 즐길 수 있지만, 간 수치를 낮추기 위해 매일 먹으려는 분이라면 효능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흑마늘이 간에 좋다는 말, 어디까지 확인됐을까요?
흑마늘은 마늘을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숙성해 만든 식품입니다. 숙성 과정에서 맛과 성분 구성이 달라집니다. 흑마늘의 성분이 산화 스트레스나 염증과 관련된 변화를 보였다는 실험 연구가 있지만, 실험실이나 동물에서 관찰한 결과를 사람의 간 질환 치료 효과로 옮겨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습니다. 일본의 한 무작위 비교 연구에서는 성인 40명이 발효 흑마늘 성분이 든 제품 또는 위약을 12주간 섭취했습니다. 흑마늘을 섭취한 쪽에서 간 효소인 ALT 수치의 변화가 위약군보다 유리하게 나타났지만, AST의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 수가 적고 기간도 짧았습니다. 이 결과만으로 흑마늘이 지방간이나 간염을 치료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 마늘 분말을 지방간 환자에게 사용한 연구에서 간 효소와 지방간 지표가 개선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마늘 분말, 발효 흑마늘, 흑마늘즙은 같은 제품이 아닙니다. 연구에 쓰인 성분과 양도 다르므로 마늘 분말 연구 결과를 집에서 먹는 흑마늘 한 쪽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간 수치가 높다면 흑마늘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약국에서는 “ALT가 높아서 흑마늘을 먹으려 한다”는 말을 들으면 수치만큼이나 검사한 이유를 묻습니다. 간 효소는 지방간, 음주, 바이러스 간염, 약물 등 여러 이유로 오를 수 있습니다. 수치가 좋아져도 원인이 해결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검사 결과가 높게 나왔다면 흑마늘을 먹고 다음 검사를 기다리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원인 및 추적 검사 계획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방간이 걱정되는 분에게는 생활 습관의 근거가 더 분명합니다. 미국간학회 진료 지침은 체중의 3~5% 정도를 줄이면 간에 쌓인 지방이 개선될 수 있고, 간의 염증이나 섬유화 개선에는 더 큰 체중 감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 80kg인 분의 3~5%는 약 2.4~4kg입니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라면 식사와 활동량을 꾸준히 조절하는 일이 흑마늘을 추가하는 것보다 우선입니다.
하루에 몇 쪽 먹어야 하나요?
흑마늘에는 간 건강을 목적으로 정해진 하루 권장 섭취량이 없습니다. 연구마다 흑마늘의 형태와 성분 함량이 달라 “하루 두 쪽이면 간 수치가 내려간다”처럼 숫자를 정할 근거도 부족합니다. 통흑마늘 한 쪽, 농축액 한 포, 추출물 캡슐 한 알은 같은 양으로 셀 수 없습니다.
식품으로 먹는다면 처음부터 많은 양을 매일 먹기보다 소량을 먹었을 때 속이 불편하지 않은지 살피는 게 좋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포장 앞면의 ‘흑마늘 함유’ 문구보다 1회 섭취량, 원재료와 당류 표시를 읽어보세요. 특히 즙이나 농축액은 흑마늘 외에 다른 원료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 제품을 함께 먹는다면 각각의 섭취량도 합쳐서 봐야 합니다. 권장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말이 많이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을 먹고 있다면 함께 확인하세요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는 마늘 보충제가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나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이라면 흑마늘 농축액이나 보충제를 새로 시작하기 전에 의사·약사와 상담하세요. 수술이나 시술을 앞두고 있다면 복용 사실도 미리 알려야 합니다. 음식에 넣어 먹는 양과 고농축 제품을 꾸준히 먹는 경우를 똑같이 볼 수는 없습니다.
- 당뇨병 약을 복용 중이라면 혈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해 함께 먹는 제품과 복용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 마늘 알레르기가 있거나 먹고 나서 복통·메스꺼움·설사가 생긴다면 섭취를 중단하고 상태를 살피세요.
- 간 질환으로 치료받는 중이거나 이식 후 약을 복용 중이라면 흑마늘 보충제를 임의로 추가하지 마세요. 고용량 마늘 보충제와 관련된 간 손상 사례도 보고돼 있습니다.
흑마늘을 음식으로 맛있게 먹는 것과 간을 치료하려고 복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약국에서 제가 먼저 확인하는 것도 ‘간에 좋은가’라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현재의 검사 결과, 복용 중인 약, 그리고 실제로 하루에 먹을 양입니다. 그 세 가지를 알면 흑마늘을 먹어도 될지 훨씬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