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나쁜음식, 무엇부터 줄여야 할까요?

얼마 전 약국에 오신 분이 간에 좋다는 영양제를 고르면서 “이걸 먹으면 주말에 술 마셔도 괜찮겠죠?” 하고 물으셨습니다. 약국에서 11년째 일하며 비슷한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간을 위해 무언가를 더 먹기 전에, 평소 자주 마시고 먹는 것을 먼저 확인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간에나쁜음식을 한 가지로 꼽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음식도 먹는 양과 횟수, 이미 지방간이나 간 질환이 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다만 술, 당이 많은 음료, 열량이 높은 식사를 반복하는 습관은 우선 살펴볼 만합니다.
술은 종류보다 마시는 양이 중요합니다
“맥주는 약하니까 괜찮다”거나 “와인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간이 처리해야 하는 알코올은 술의 이름에 따라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음주에 위험이 전혀 없는 방식은 없으며, 위험은 마시는 양과 빈도,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지방간이나 간 질환이 있다면 ‘일주일에 몇 잔까지 괜찮다’는 숫자를 스스로 정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도 지방간이 있으면 알코올이 간을 더 손상시킬 수 있어 섭취를 최소화하라고 안내합니다. 간경변이나 간염 등으로 진료받고 있다면 담당 의료진에게 금주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술자리에 간 영양제를 챙겨 가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영양제가 음주로 생길 수 있는 손상을 막아 준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다른 제품을 더하는 것보다 음주 횟수와 양을 줄이는 일이 먼저입니다.
단 음료는 ‘한 잔’이라 놓치기 쉽습니다
지방간 이야기를 하면 삼겹살부터 떠올리지만, 달게 마시는 음료도 살펴야 합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는 지방간 관리에서 단순당, 특히 당이 많이 든 탄산음료·스포츠음료·가당 차·주스를 줄이도록 안내합니다. 과일주스도 과일을 그대로 먹는 것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일반적인 식생활 권고는 첨가당과 주스 등에 들어 있는 ‘유리당’을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줄이는 것입니다. 하루 2,000킬로칼로리를 먹는 성인이라면 약 50g 미만에 해당합니다. 5% 미만, 약 25g까지 줄이면 추가적인 건강상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도 설명합니다. 이 수치는 지방간 환자에게 따로 정해진 치료 용량은 아닙니다.
카페에서 마시는 달콤한 커피 한 잔, 식사 때 곁들이는 음료 한 병이 겹치면 당 섭취량이 빠르게 늘 수 있습니다. 제품마다 차이가 크므로 영양정보의 ‘당류’와 한 병의 총용량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음료가 두 번 마실 분량으로 표시돼 있는데 한 병을 다 마셨다면, 표시된 1회분 수치도 두 배로 계산해야 합니다.
튀김만 피하면 괜찮을까요?
기름진 음식을 매일 많이 먹으면 전체 열량이 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을 간에 해롭다고 묶을 수는 없습니다. 지방간 식사에서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바꾸고, 채소·통곡물 등을 포함해 식사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이 권고됩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의 안내도 이런 식사 구성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튀김에 달콤한 음료를 곁들이는 식사가 잦다면, 튀김을 먹은 날만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 식사 전체와 반복 횟수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흰 빵이나 흰쌀밥 자체를 금지할 필요는 없지만, 양이 많고 채소나 단백질 반찬은 적은 식사가 이어지는지도 확인해 볼 만합니다.
과체중이면서 지방간이 있는 경우에는 서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간 지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는 체중의 3~5% 감소가 간 지방을 줄일 수 있고, 간의 염증과 섬유화에는 7~10% 감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감량 목표를 적용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급하게 굶기보다 현재 건강 상태에 맞는 식사와 활동 계획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간에 좋은’ 농축 제품도 확인해야 합니다
약국에서는 여러 영양제를 함께 먹어도 되는지 묻는 분이 많습니다. 음식으로 먹는 것과 성분을 농축한 제품으로 먹는 것은 다릅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우려낸 녹차는 대체로 안전하다고 평가했지만, 녹차 추출물 보충제로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를 하루 800mg 이상 섭취하면 간 손상 징후와 관련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동시에 현재 자료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보충제 용량을 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이어트 제품이나 ‘간 건강’ 제품을 여러 개 겹쳐 먹는다면 이름보다 성분표와 하루 섭취량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처방약이나 일반약을 복용 중이라면 약 이름과 영양제 성분표를 함께 보여 주고 약사 또는 의사와 상담하세요. 피부나 눈이 노래지거나 소변색이 짙어지는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생기면 제품을 더 먹으며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식탁에서는 작은 변화부터 이어갑니다
처음부터 모든 음식을 금지하면 오래 지키기 어렵습니다. 자주 마시는 단 음료를 물이나 당을 넣지 않은 차로 바꾸고, 술 마시는 날을 줄이고, 식사에 채소와 적당한 단백질 반찬을 곁들이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과일은 주스로 마시는 대신 통째로 먹는 쪽이 양을 가늠하기도 쉽습니다.
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특정 음식을 범인으로 단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방간 외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정상 수치라고 해서 식습관을 계속 미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국에서 저는 ‘간에 좋은 것을 무엇 하나 더 먹을까’보다 ‘매일 반복하는 것 중 무엇을 조금 덜 먹을까’를 함께 묻습니다. 대개 그 질문이 식탁을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