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재산기준, 집이나 예금이 있으면 바로 탈락일까요?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처방약 상담만큼이나 생활비 이야기를 듣는 날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어르신 한 분이 혈압약을 받아 가시면서 “통장에 장례비로 모아 둔 돈이 조금 있는데, 이러면 수급자 신청이 안 되나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으셨어요. 이런 질문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재산기준은 단순히 “재산이 얼마 이상이면 안 된다”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6년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과 재산을 따로 보다가, 마지막에는 ‘소득인정액’이라는 월 단위 금액으로 바꿔 판단합니다. 보건복지부 안내에서도 수급자 선정은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별 선정기준 이하인지 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집, 전세보증금, 예금, 자동차가 있어도 그 종류와 지역, 부채, 가구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산기준은 재산 총액만 보는 기준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계산식은 이겁니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금액입니다. 여기서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대체로 ‘재산가액에서 기본재산액과 인정되는 부채를 뺀 뒤, 재산 종류별 환산율을 곱한 금액’으로 계산합니다.
쉽게 말하면 1억 원짜리 전세보증금이 있다고 해서 매달 1억 원을 버는 사람처럼 보지는 않습니다. 일정 금액은 기본 생활에 필요한 재산으로 빼주고, 남는 금액만 월 소득처럼 환산합니다. 다만 재산 종류에 따라 환산율이 다릅니다. 2026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기준으로 주거용재산은 월 1.04%, 일반재산은 월 4.17%, 금융재산은 월 6.26%, 자동차는 원칙적으로 월 100% 환산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놀라는 부분이 자동차입니다. 예금 500만 원보다 중고차 500만 원이 더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장애인 사용 자동차, 생업용 자동차, 일정 기준의 차량 등은 예외나 완화 기준이 있을 수 있어 주민센터에서 실제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 기본재산액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기본재산액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주거와 생활 유지를 위해 재산에서 공제해 주는 금액입니다. 2026년 기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에 적용되는 기본재산액은 서울 9,900만 원, 경기 8,000만 원, 광역시·세종·창원 7,700만 원, 그 외 지역 5,300만 원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1인 가구가 전세보증금 8,000만 원만 있고 다른 재산이 거의 없다면, 기본재산액 9,900만 원보다 적기 때문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0원으로 잡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그 외 지역에서 같은 8,000만 원 보증금을 가지고 있다면 기본재산액 5,300만 원을 넘는 2,700만 원이 계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거용재산 한도도 같이 봐야 합니다. 실제 거주하는 주택이나 전월세보증금은 일정 한도 안에서 주거용재산으로 보아 더 낮은 환산율을 적용합니다. 2026년 주거용재산 인정 한도액은 서울 1억 7,200만 원, 경기 1억 5,100만 원, 광역시·세종·창원 1억 4,600만 원, 그 외 지역 1억 1,200만 원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이 한도를 넘는 부분은 일반재산으로 넘어갈 수 있어 계산 결과가 달라집니다.
예금, 보험, 주식은 금융재산으로 따로 봅니다
약국에서 상담하다 보면 “통장에 300만 원 있으면 안 된다더라” 같은 말을 듣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금융재산은 예금, 적금, 주식, 보험 해약환급금 같은 항목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일반재산보다 환산율이 높습니다. 2026년 기준 금융재산 환산율은 월 6.26%라서, 남는 금융재산 1,000만 원은 월 62만 6,000원 정도의 소득처럼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통장에 돈이 조금 있다고 무조건 탈락은 아닙니다. 기본재산액과 부채 차감이 먼저 적용될 수 있고, 가구의 소득, 재산 구성, 거주 지역에 따라 계산이 달라집니다. 다만 신청 직전에 큰돈을 인출하거나 가족에게 옮기는 방식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거래 내역이 확인될 수 있고, 고의로 재산을 줄인 것으로 판단되면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 예금과 적금은 금융재산으로 봅니다.
- 보험은 납입액이 아니라 해약환급금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전세자금대출처럼 인정되는 부채는 차감될 수 있지만, 모든 빚이 다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등은 인정 방식이 제한될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급여별 기준은 다르게 적용됩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기준으로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 32%,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8%, 교육급여는 50% 이하를 봅니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월 820,556원, 의료급여는 1,025,695원, 주거급여는 1,230,834원, 교육급여는 1,282,119원입니다.
4인 가구라면 생계급여 2,078,316원, 의료급여 2,597,895원, 주거급여 3,117,474원, 교육급여 3,247,369원이 기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액은 월급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소득평가액에 재산을 월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까지 더한 소득인정액입니다.
그래서 실제 상담에서는 “월 소득이 적은데 왜 안 됐나요?”라는 질문도 자주 나옵니다. 월급이나 연금은 낮아도 보유한 금융재산, 자동차, 부동산이 소득으로 환산되면 기준을 넘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재산이 있어 보여도 거주용 보증금이고 부채가 있으며 소득이 낮다면 신청 가능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보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서울에 사는 1인 가구가 월 소득평가액 40만 원, 전세보증금 1억 2,000만 원, 예금 3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서울 기본재산액은 9,900만 원이고, 실제 거주 전세보증금은 주거용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보증금에서 기본재산액을 뺀 2,100만 원에 주거용재산 환산율 1.04%를 적용하면 월 218,400원 정도가 됩니다. 예금 300만 원까지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 40만 원에 재산 환산액을 더해 판단합니다.
같은 1억 2,000만 원이라도 거주 지역이 달라지거나, 주거용재산 한도를 넘거나, 자동차가 있거나, 인정되는 부채가 있으면 숫자가 바뀝니다. 이 제도는 표 하나만 보고 스스로 합격·불합격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신청 전 확인하면 좋은 것들
주민센터에 가기 전에 준비하면 상담이 훨씬 빨라지는 자료들이 있습니다. 전월세 계약서, 통장 잔액과 최근 거래내역, 보험 해약환급금, 자동차 등록정보, 대출 잔액증명서, 가족관계와 실제 거주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부채가 있다면 어떤 빚인지가 중요합니다. 금융기관 대출이라고 모두 같은 방식으로 보지는 않고, 생활비 카드값이나 단기대출은 인정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가구 범위입니다. 혼자 산다고 생각했는데 제도상 같은 가구로 보는 가족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실제로 생계와 주거가 분리되어 따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30세 미만 미혼 자녀, 부모와 주소가 같은 경우, 별거 중인 배우자 같은 상황은 상담 때 꼭 설명해야 합니다.
제가 약국에서 느끼는 건, 복지제도도 약 복용 상담과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이 약 먹어도 되나요?”처럼 간단해 보여도, 실제로는 나이, 질환, 복용 중인 약, 신장 기능까지 봐야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재산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이 있다, 예금이 있다, 차가 있다 중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소득인정액 계산과 예외 기준을 같이 봐야 합니다. 숫자가 애매할수록 혼자 포기하지 말고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나 복지로 상담을 통해 실제 산정을 받아보는 쪽이 훨씬 정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