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녹용, 기력 떨어질 때 먹어도 괜찮을까요?

요즘 약국에서 생녹용을 드시려는 분들을 보면, 본인보다 부모님 선물용으로 묻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꼭 같이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홍삼도 먹고, 혈압약도 먹고, 오메가3도 먹는데 생녹용까지 더해도 되느냐는 말입니다.
생녹용은 건강기능식품일까요?
생녹용은 사슴의 뿔이 완전히 단단해지기 전 채취한 녹용을 말합니다. 말린 녹용, 녹용 추출액, 녹용 분말, 액상 파우치처럼 형태가 다양하고, 제품마다 실제 함량과 농축 정도가 꽤 다릅니다.
여기서 먼저 봐야 할 것은 제품 앞면의 큰 문구가 아니라 표시사항입니다. 식품안전나라와 질병관리청 안내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은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 기능성 내용, 일일 섭취량이 표시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액상차, 혼합음료, 기타가공품이라면 건강에 좋아 보이는 식품일 수는 있어도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의미로 보면 안 됩니다.
생녹용 제품을 고를 때도 특정 제품명이 아니라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 건강기능식품 문구나 인증 표시가 있는지
- 녹용이 몇 mg 들어 있는지, 추출물인지 원물 기준인지
- 홍삼, 당류, 한약재, 카페인 함유 원료가 같이 들어 있는지
효능은 어느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요?
녹용은 전통적으로 기력 저하, 허약감, 회복기 보양 목적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성분으로는 단백질, 아미노산, 콜라겐 관련 성분, 무기질, 여러 생리활성 물질이 언급됩니다. 다만 광고에서 말하는 체력, 면역, 성장, 관절, 피로 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인체 연구가 아직 넉넉하지 않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보충제 자료에서도 사슴뿔 벨벳 성분은 운동 능력 향상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안전성을 판단할 연구도 부족하다고 봅니다. 최근 피로 관련 인체시험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대상자 수와 기간, 원료 표준화가 제품마다 달라서 모든 생녹용 제품에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먹고 몸이 가벼운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빈혈, 갑상샘 질환, 우울감, 수면 부족, 당뇨 조절 불량처럼 피로의 원인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생녹용으로 덮고 지나가면 안 됩니다. 피로가 2주 이상 심하거나 체중 감소, 식은땀, 심한 어지럼이 같이 있으면 검사를 먼저 받는 쪽이 안전합니다.
같이 먹을 때 조심해야 할 조합이 있습니다
생녹용 자체의 약물 상호작용은 명확하게 많이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국 실무에서는 성분이 복합적으로 들어간 보양 제품일수록 기존 약과 겹치는 영향을 더 조심합니다.
항응고제, 항혈소판제를 드시는 분
와파린, 아픽사반, 리바록사반,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같은 약을 드신다면 임의로 생녹용을 더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녹용 자체보다도 함께 들어간 홍삼, 은행잎, 마늘추출물, 고함량 비타민E, 오메가3 고용량 제품이 겹칠 때 출혈 위험을 따져봐야 합니다. 멍이 쉽게 들거나 코피, 잇몸 출혈이 늘면 바로 중단하고 상담해야 합니다.
호르몬 관련 질환이나 치료 중인 분
사슴뿔 벨벳 계열 원료는 미량의 호르몬성 물질이나 성장인자 관련 이슈가 언급됩니다. 실제 경구 섭취 후 몸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유방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병력이 있거나 호르몬 치료를 받는 분이라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는 담당 의사에게 제품 라벨을 보여주고 확인하는 편이 맞습니다.
운동선수와 도핑 검사가 필요한 분
세계반도핑기구와 미국 반도핑 관련 안내에서는 사슴뿔 벨벳 제품의 성장인자 관련 위험을 언급합니다. 먹는 제품이라고 모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은 아니지만, 검사 대상 선수라면 생녹용을 건강식품처럼 편하게 선택하면 곤란합니다.
하루 섭취량은 제품 표시가 기준입니다
생녹용은 비타민C처럼 누구에게나 통하는 하루 권장량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원물, 농축액, 추출분말, 복합 파우치가 서로 다르고 녹용의 부위와 가공 방식도 다릅니다. 같은 1포라도 녹용이 아주 적게 들어간 제품과 농축 비율이 높은 제품은 전혀 다릅니다.
처음 드신다면 표시된 섭취량을 넘기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위가 예민한 분은 공복보다 식후가 낫고, 먹고 나서 속쓰림, 설사, 열감, 두근거림, 불면이 생기면 양을 늘릴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생녹용, 홍삼, 마카, 아르기닌, 고함량 종합비타민을 한꺼번에 시작하면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찾기 어렵습니다. 새 제품은 하나씩, 최소 1주일 간격을 두고 보는 편이 실수할 가능성을 줄입니다.
처방약을 드시는 분은 약과 같은 시간에 한입에 털어 넣기보다 시간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상호작용을 완전히 막는 방법은 아니지만, 속 불편감이나 이상 반응이 생겼을 때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이런 분은 먼저 상담이 필요합니다
임신 중, 수유 중, 소아, 청소년은 생녹용의 안전성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권하지 않는 쪽으로 설명합니다. 간질환이 있거나 간수치가 자주 오르는 분도 조심해야 합니다. 사슴뿔 벨벳 보충제와 관련된 간 손상 사례가 드물게 보고된 적이 있어서, 피로 회복을 기대하고 먹었다가 오히려 몸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혈액응고 관련 약을 복용 중인 분
- 암 치료 중이거나 호르몬 관련 질환 병력이 있는 분
- 간질환,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분
- 수술이나 치과 시술을 앞둔 분
- 원인 모를 피로가 오래 지속되는 분
생녹용은 누군가에게는 계절 보양식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굳이 더하지 않아도 되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약국에서 11년 동안 가장 많이 본 실수는 좋은 성분을 너무 많이 겹쳐 먹는 일이었습니다. 몸이 약해졌다고 느낄수록 새로 더하는 것보다 지금 먹는 약, 영양제, 수면, 식사 상태를 먼저 한 번 펼쳐 보는 쪽이 더 실속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