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마을에서 고른 건강식품, 약과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약국에서 혈압약을 드시는 분이 약초마을에서 산 감초차와 환 제품을 들고 오셨어요. 몸에 좋은 약초라 부담 없이 먹어도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약 봉투와 같이 놓고 보니 걱정이 되신 거죠. 저는 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초 제품은 효능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성분, 하루 섭취량, 그리고 지금 먹는 약과의 상호작용입니다.
약초마을이라는 이름보다 성분표가 먼저입니다
약초마을이라는 키워드로 찾다 보면 약초차, 환, 분말, 농축액, 건강기능식품이 함께 나옵니다. 그런데 같은 약초 이름이어도 차로 우려 마시는 것과 추출물 캡슐은 농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분말 한 스푼, 환 20알, 진액 한 포가 몸에 들어가는 양도 서로 다릅니다.
약국에서는 제품명을 묻기보다 먼저 이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 주성분이 무엇인지
- 1일 섭취량이 몇 mg 또는 몇 포인지
- 복용 중인 약, 질환, 수술 예정이 있는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라도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원료는 당뇨약을 드시는 분에게 저혈당 위험을 더할 수 있고, 혈행 관련 원료는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드시는 분에게 출혈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같이 먹을 때 특히 조심하는 조합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드시는 경우
와파린,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리바록사반 같은 약을 드시는 분은 은행잎추출물, 고함량 오메가3, 강황 추출물, 마늘 추출물 제품을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일반 음식으로 조금 먹는 것과 농축 제품을 매일 먹는 것은 다릅니다. 멍이 잘 들거나 코피, 잇몸 출혈, 검은 변이 생기면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혈압약이나 이뇨제를 드시는 경우
감초는 약초 제품에서 흔히 보이지만, 많이 먹으면 혈압을 올리거나 칼륨 수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뇨제, 일부 심장약, 스테로이드 계열 약과 겹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손발이 붓거나 두근거림, 근육 힘 빠짐이 생기면 복용을 멈추고 상담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당뇨약을 드시는 경우
여주, 바나바잎, 계피 추출물, 홍삼처럼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은 당뇨약과 함께 먹을 때 혈당이 예상보다 내려갈 수 있습니다. 식은땀, 손 떨림, 심한 공복감, 어지러움이 반복되면 제품을 잠시 중단하고 혈당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식사를 거르는 날에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수면제, 안정제, 항우울제를 드시는 경우
숙면, 긴장 완화 목적으로 판매되는 제품도 약과 겹칠 수 있습니다. 세인트존스워트는 여러 약의 혈중 농도를 바꿀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항우울제와 함께 먹을 때는 세로토닌 관련 부작용을 걱정해야 합니다. 발레리안, 테아닌, 마그네슘도 졸림을 더할 수 있어 운전이나 기계 작업 전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하루 권장량은 많이 먹을수록 좋은 숫자가 아닙니다
건강기능식품의 일일섭취량은 보통 제품 라벨에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께서 자주 하시는 실수가 있습니다. 같은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두세 개 겹쳐 드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종합비타민, 눈 영양제, 면역 제품을 같이 먹으면 아연이나 비타민 A, 비타민 D가 생각보다 많이 겹칠 수 있습니다.
비타민 D는 부족한 분에게 의미가 있지만, 고함량을 오래 먹으면 칼슘 수치 문제나 신장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그네슘은 변비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분에게는 과량 섭취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녹차추출물처럼 체지방 관련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은 공복 고함량 섭취 시 간 부담 사례가 보고되어, 간질환이 있거나 간수치가 높았던 분은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 라벨의 1일 섭취량을 넘기지 않기
- 같은 성분이 여러 제품에 겹치는지 확인하기
- 복용 후 몸의 변화를 1~2주 단위로 기록하기
- 새 제품은 한 번에 여러 개 시작하지 않기
약초 제품을 고를 때 약국에서 보는 기준
저는 특정 제품을 추천하기보다, 제품이 확인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갖췄는지를 봅니다. 원재료명, 함량, 섭취 방법, 주의 문구, 제조원, 유통기한이 분명해야 합니다. 효능 설명이 너무 넓거나 병을 고친다는 식으로 들리면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봅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은 질병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실제 약을 복용 중인 분, 임신·수유 중인 분, 간·신장 질환이 있는 분, 항암 치료 중인 분, 수술을 앞둔 분은 제품을 사기 전에 성분표를 들고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할 때는 제품 사진보다 라벨 전체가 보이는 사진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근데 솔직히, 건강식품을 아예 먹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거나 생활습관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약초마을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다면, 먼저 내 약 봉투와 나란히 놓고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몸에 좋다는 말보다 내 몸에서 안전한지가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