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즙효능, 혈압과 혈당에 정말 도움이 될까요?

얼마 전 약국에서 혈압약을 드시는 분이 양파즙 한 박스를 들고 오셨어요. 지인이 혈관에 좋다며 권했다는데, 본인은 아침마다 약도 먹고 위도 약한 편이라 같이 먹어도 되는지 걱정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양파즙효능을 묻는 분들 중 상당수가 비슷합니다.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와 내 약과 부딪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양파즙은 대개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에 가깝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처럼 건강기능식품은 인정된 기능성 원료, 표시 문구, 마크가 따로 확인됩니다. 양파즙은 양파를 달이거나 착즙한 음료 형태가 많기 때문에 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고, 식사에서 양파를 편하게 섭취하는 방식 정도로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양파즙효능은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요?
혈압과 혈관 건강
양파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분은 케르세틴입니다. 케르세틴은 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으로 양파, 사과, 베리류, 차 등에 들어 있고 항산화 작용으로 연구가 꽤 많습니다. 양파껍질 추출물에서 케르세틴 162mg을 하루에 섭취하게 한 임상 연구에서는 고혈압군 일부에서 6주 뒤 24시간 수축기 혈압이 평균 약 3.6mmHg 낮아진 결과가 있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꽤 흥미롭죠.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전체 대상자에게 모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고, 콜레스테롤이나 혈당 지표는 일관되게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양파즙을 먹으면 혈압약을 줄일 수 있다거나 혈관 청소가 된다는 식으로 말하면 너무 앞서간 표현입니다. 혈압은 체중, 염분, 수면, 운동, 약 복용 규칙성이 함께 움직이는 지표라서 양파즙 하나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혈당과 콜레스테롤
양파 성분이 식후 혈당 반응이나 지질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연구되어 왔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는 아직 크고 단단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양파즙은 제품마다 원액 비율, 농축 정도, 당류 함량이 다릅니다. 양파 자체에도 당질이 있고 맛을 부드럽게 하려고 배, 대추, 사과 농축액이 섞인 제품도 있습니다.
당뇨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더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양파즙이 혈당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기대하기보다, 내 식사와 혈당 기록에서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쪽이 맞습니다. 공복에 진하게 먹고 속이 울렁거리거나 식사량이 줄면서 저혈당 비슷한 증상이 생기는 분도 가끔 봅니다.
항산화와 피로감
양파에는 케르세틴 외에도 황 함유 성분, 여러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항산화, 염증 반응, 혈소판 기능 같은 주제로 연구가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시험관 연구나 동물 연구에서 보이는 반응이 사람 몸에서 바로 같은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로가 덜하다는 느낌은 개인차가 크고, 수면이나 식사 패턴이 같이 바뀌면 양파즙만의 효과로 나누기도 어렵습니다.
하루에 얼마나 먹는 게 무난할까요?
양파즙에는 공식적인 하루 권장량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약국에서 상담할 때 저는 보통 제품 표시량을 먼저 보고, 처음부터 여러 포를 먹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시중 제품은 1포가 70~100ml인 경우가 많고, 진한 농축액 제품은 같은 1포라도 속 부담이 더 클 수 있습니다.
- 처음 먹는다면 식후에 하루 1포 이내로 시작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 속쓰림, 트림, 복부 팽만, 설사가 생기면 양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게 좋습니다.
- 당류가 높은 제품은 혈당 관리 중인 분에게 불리할 수 있어 표시사항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 양파즙을 먹는 날 양파 반찬까지 많이 늘리면 위장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몸에 좋은 식품도 양이 많아지면 부담이 됩니다. 특히 즙 형태는 씹는 과정이 없어 빨리 마시게 되고, 매일 반복하기 쉽습니다. 일반 식사에서 양파를 먹는 것과 농축된 즙을 꾸준히 마시는 것은 몸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꽤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이 먹을 때 특히 조심할 약이 있습니다
양파를 반찬으로 조금 먹는 정도와 양파즙을 매일 진하게 마시는 것은 상담 기준이 다릅니다. 양파와 케르세틴 관련 연구에서는 혈소판 응집, 약물 대사, 항응고 작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실제 위험은 개인의 약, 질환, 섭취량에 따라 달라서 무조건 금지는 아니지만, 아래에 해당하면 약사나 의사에게 먼저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와파린, 아픽사반,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경우
-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같은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이거나 멍과 코피가 잦은 경우
- 수술, 임플란트, 내시경 시술을 앞두고 있는 경우
- 인슐린, 설폰요소제 계열 등 저혈당 위험이 있는 당뇨약을 복용 중인 경우
-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어지럼,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경우
-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특히 와파린을 드시는 분은 식품을 갑자기 많이 바꾸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양파즙을 시작했다면 멍, 잇몸 출혈, 검은 변, 코피가 늘지 않는지 봐야 하고, INR 검사를 받는 분은 의료진에게 섭취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면역억제제나 항암제처럼 치료 범위가 좁은 약을 드시는 분도 농축 추출물 형태의 식품은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속이 예민한 분에게는 양파즙이 안 맞을 수 있어요
양파는 포드맵 중 프룩탄이 많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onash University의 저포드맵 안내에서도 양파와 마늘은 과민성장증후군이 있는 분에게 복부 팽만, 가스,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식품군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양파즙은 물에 녹는 성분이 우러나기 쉬워서 장이 예민한 분에게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위식도역류, 만성 위염이 있는 분도 공복 섭취는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양파의 매운 향 성분이 속쓰림이나 트림을 유발할 수 있고, 달인 즙이라도 완전히 순한 음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어린이에게는 치료 목적으로 꾸준히 먹이는 방식보다 식사 속 양파 정도로 두는 쪽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양파즙을 나쁜 식품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몸에 좋다니까 많이 먹는 식품이 아니라, 내 약과 내 위장, 내 혈당에 맞는지 확인하면서 선택할 식품에 가깝다고 봅니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양파즙을 시작하기 전 복용 중인 약 이름을 적어 약국에서 한 번만 확인해도 불필요한 걱정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