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검사 결과만 보고 영양제를 골라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약국에 오신 분이 체질검사 결과지를 접어서 가져오셨어요. 나는 열이 많은 체질이라는데 비타민 B군은 피해야 하냐고 물으셨습니다. 11년째 약국에서 비슷한 질문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복용 상담을 해보면 체질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 먹는 약, 질환, 검사 수치, 하루 섭취량, 그리고 같은 성분을 이미 다른 제품에서 먹고 있는지입니다.
체질검사는 출발점이지 처방전은 아닙니다
체질검사라는 말은 꽤 넓게 쓰입니다. 한의학적 체질 문진, 유전자 검사, 모발 미네랄 검사, 장내 미생물 검사, 생활습관 설문까지 모두 체질검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각각 보는 항목이 다르고, 과학적 근거의 수준도 다릅니다. 그래서 결과지에 내 몸은 간 대사가 약한 편, 장이 예민한 편, 염증 반응이 높은 편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것만으로 영양제를 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피곤하다고 해서 무조건 비타민 B군을 고용량으로 먹는 것이 맞지는 않습니다. 피로의 원인이 수면 부족일 수도 있고, 빈혈이나 갑상샘 문제일 수도 있고, 복용 중인 약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체질검사에서 에너지 대사가 낮게 나왔다는 말보다 혈액검사에서 철분, 비타민 D, 간수치, 신장 기능이 어떻게 나왔는지가 실제 복용 판단에는 더 직접적일 때가 많습니다.
영양제는 체질보다 약과의 관계가 먼저입니다
약국에서 가장 긴장해서 보는 조합은 처방약과 건강기능식품이 같이 들어올 때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건강기능식품 표시에서 섭취량, 섭취 방법, 섭취 시 주의사항을 확인하도록 관리하고 있고, 미국 FDA와 NIH ODS도 영양제가 약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광고에서는 좋은 점을 크게 말하지만, 실제 상담에서는 멈춰야 할 조합을 먼저 봅니다.
-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드신다면 비타민 K가 많은 제품, 은행잎, 마늘 추출물, 고용량 오메가3는 반드시 상담이 필요합니다.
- 갑상샘호르몬제를 드신다면 칼슘, 철분, 마그네슘, 아연은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시간 간격을 둬야 합니다.
- 일부 항생제는 칼슘, 마그네슘, 철분과 붙어 흡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세인트존스워트는 피임약, 항우울제, 항응고제, 이식 후 면역억제제 등 여러 약과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당뇨약이나 혈압약을 드시는 분은 혈당,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을 함께 먹을 때 수치 변화를 봐야 합니다.
근데 이 부분은 체질검사 결과지에 잘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이 결과지를 보여주시면 먼저 처방약 봉투, 건강기능식품 라벨, 최근 건강검진 결과가 있는지 여쭤봅니다. 체질은 참고가 될 수 있지만, 약과 질환 정보는 안전 문제와 바로 연결됩니다.
하루 권장량을 넘기면 좋은 성분도 부담이 됩니다
몸에 맞는 성분이라는 말 때문에 복용량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양소는 많을수록 좋은 쪽이 아닙니다. 비타민 D는 부족한 사람이 많지만 성인 상한섭취량은 보통 하루 100마이크로그램, 즉 4000IU 수준으로 안내됩니다. 이미 병원에서 고함량 비타민 D를 처방받고 있는데 여기에 종합비타민, 뼈 건강 제품, 면역 제품을 더하면 생각보다 쉽게 겹칩니다.
비타민 C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용성이라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루 2000mg 안팎의 고용량을 오래 먹으면 속쓰림, 설사, 신장결석 위험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마그네슘은 변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충제로 과하게 먹으면 설사가 흔하고,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철분은 부족할 때는 꼭 필요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장기간 먹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여러 개 드신다면 라벨에서 기능성 원료명과 1일 섭취량을 같이 보셔야 합니다. 이름은 달라도 성분은 겹칠 수 있습니다. 피로 제품에 비타민 B군, 면역 제품에 아연과 비타민 D, 눈 건강 제품에 비타민 A 계열이 들어가는 식입니다. 체질에 맞다는 말보다 오늘 내가 실제로 총 몇 mg, 몇 IU를 먹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검사 결과를 들고 약국에 오실 때 보면 좋은 것들
체질검사 결과를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단독 판단 자료로 쓰기보다는 상담의 실마리로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장이 예민하다, 잠을 잘 못 잔다, 손발이 차다, 쉽게 붓는다 같은 생활 증상은 복용 시간이나 제형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속이 약한 분은 공복 고함량 비타민을 피하고, 마그네슘도 산화마그네슘보다 본인에게 맞는 형태를 고르는 식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져오면 상담이 쉬운 자료
- 현재 먹는 처방약 이름이나 약 봉투
- 이미 먹고 있는 영양제 사진 또는 라벨
- 최근 건강검진에서 간수치, 신장 기능, 혈당, 지질 수치
- 임신 준비, 임신, 수유 여부
- 수술 예정, 항응고제 복용 여부
- 알레르기나 예전에 먹고 불편했던 성분
솔직히 체질검사보다 이 여섯 가지가 상담에는 더 강합니다. 같은 오메가3라도 평소 생선을 거의 안 먹는 건강한 성인과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분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같은 유산균이라도 면역저하 치료 중인 분과 단순 변비가 있는 분은 접근이 달라져야 합니다.
내 몸에 맞는다는 말은 조금 천천히 믿어도 됩니다
체질검사는 내 몸을 더 궁금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좋습니다. 다만 검사 결과가 영양제 목록으로 바로 바뀌는 순간에는 한 번 속도를 늦추는 게 좋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약을 드시는 분, 만성질환이 있는 분, 임신을 준비하거나 수유 중인 분, 수술을 앞둔 분은 체질에 맞는지보다 함께 먹어도 안전한지가 먼저입니다. 약국에서 오래 일하며 느낀 건, 좋은 영양제를 찾는 사람보다 줄여야 할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입니다. 내 몸에 맞는다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실제 몸은 결과지 한 장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