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에 좋은 음식들은 누구에게나 같을까요?

얼마 전 약국에서 한 분이 바나나와 채소즙을 매일 챙겨 먹는다며 신장에도 좋겠느냐고 물으셨어요. 평소에는 균형 잡힌 식사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그분은 신장 기능이 떨어져 진료를 받고 계셨습니다. 같은 음식도 검사 결과와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조심해야 할 수 있다는 말씀부터 드렸어요.
‘신장에 좋은 음식들’을 찾을 때는 특별한 식품 하나보다 지금 내 신장이 어떤 상태인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신장 질환이 없는 사람의 식사와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사는 기준이 다르고, 같은 만성콩팥병이라도 투석 여부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달라집니다.
가장 먼저 줄일 것은 음식의 소금기입니다
신장 건강을 생각하면 특정 과일이나 즙을 더하기 전에 짠 음식을 얼마나 먹는지 보는 게 실용적입니다.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몸에 수분이 쌓이고 혈압과 부종이 심해질 수 있어요. 혈압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높은 혈압이 신장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국 한 그릇을 먹을 때 건더기만 먹는 날과 국물까지 비우는 날은 나트륨 섭취가 달라집니다. 김치에 젓갈을 곁들이고 국물까지 먹는 식사라면 간이 심심한 반찬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 국물과 양념을 덜 먹는 변화가 먼저일 수 있어요. 가공식품은 짠맛이 강하지 않아도 나트륨이 들어 있으니 포장지의 영양정보를 확인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국제 신장질환 진료지침인 KDIGO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하루 나트륨 2g 미만, 소금으로는 약 5g 미만을 제안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집에서 소금을 5g만 따로 재서 쓰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김치, 빵, 소스, 가공식품에 이미 들어 있는 양까지 합쳐 생각해야 해요. 개인의 질환과 치료에 따라 식사 목표는 달라질 수 있으니 진료 중이라면 담당 의료진의 지침을 우선하세요.
과일과 채소는 검사 수치를 보고 고릅니다
사과, 포도, 양배추, 오이 같은 음식은 칼륨을 조절해야 하는 분의 식단에서 비교적 선택하기 쉬운 예로 자주 나옵니다. 반대로 바나나, 오렌지, 감자, 토마토는 한 번에 먹는 양을 살펴야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앞의 음식은 마음껏 먹고 뒤의 음식은 누구나 끊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번에 먹는 양과 하루 동안 먹은 총량이 중요합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칼륨을 배출하기 어려워 혈중 칼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콩팥병이 있다고 모두 칼륨 제한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국립신장재단도 혈중 칼륨이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식사 조언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검사를 보지 않고 과일과 채소를 지나치게 줄이면 식사가 단조로워질 수 있어요.
약국에서는 특히 ‘건강하니까’ 하고 채소즙을 큰 컵으로 마시거나 과일을 여러 개 갈아 마시는 경우를 봅니다. 즙으로 만들면 재료를 생각보다 많이 먹기 쉽습니다. 혈중 칼륨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면 과일 한 종류만 바꾸기보다 즙, 간식, 식사에서 먹는 양을 함께 확인하세요. 칼륨을 줄이라는 지시를 받은 분은 저염 소금도 성분표를 봐야 합니다. 짠맛을 내기 위해 염화칼륨을 넣은 제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은 많이 먹는 것도 적게 먹는 것도 문제입니다
닭가슴살, 달걀, 두부를 떠올리며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신장에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단백질은 근육과 몸의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만성콩팥병이 있다면 무조건 늘리는 방식은 맞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고기와 콩을 전부 끊으면 영양 부족이 생길 수 있습니다.
KDIGO는 투석을 받지 않는 만성콩팥병 3~5단계 성인의 단백질 섭취량으로 체중 1kg당 하루 약 0.8g을 제안합니다.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 약 48g의 단백질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48g은 고기 무게가 아니라 음식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양이에요. 식품 포장지의 단백질 표시를 볼 때도 이 차이를 기억하면 좋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누구에게나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투석 중에는 필요한 단백질 양이 달라지고, 고령이거나 체중이 줄고 있는 분은 영양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단백질 분말을 추가하려는 분도 현재 식사량과 신장 기능을 먼저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신장에 좋다’는 이유로 단백질을 임의로 줄이거나 늘리기보다 진료실에서 받은 목표에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건강식품과 물도 복용 약에 맞춰 확인합니다
가공식품을 고를 때는 나트륨뿐 아니라 인산염 첨가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속 인을 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가공식품에 첨가된 인은 식단을 짤 때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 연구소는 인 제한이 필요한 경우 식품의 원재료명에서 인 관련 첨가물을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다만 혈중 인 수치를 확인하지 않은 채 콩, 견과류, 통곡물을 모두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물도 ‘많이 마실수록 신장을 씻어 준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부종이 있거나 투석을 받는 분은 수분 섭취량을 따로 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별한 수분 제한이 없는 분에게 모든 음료를 겁낼 이유도 없습니다. 물의 양까지 포함한 식사 조언은 소변량, 부종, 치료 상태를 보고 정해야 합니다.
제가 약국에서 꼭 확인하는 건 복용 중인 약입니다. 일부 혈압약은 혈중 칼륨을 높일 수 있어서 칼륨 보충제나 염화칼륨이 든 저염 소금을 함께 쓰기 전에 상담이 필요합니다. ‘신장 해독’이라는 이름의 차나 건강기능식품도 신장병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성분과 함량을 확인하기 어렵거나 칼륨이 많이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식탁을 바꾸려면 최근 혈액검사의 칼륨·인 수치, 신장 기능, 복용 약을 함께 놓고 보는 게 좋습니다. 신장에 좋은 음식들이라는 이름만 믿고 한 가지를 매일 더 먹기보다, 내 몸에 필요한 양을 알고 꾸준히 먹는 식사가 저는 더 믿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