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 보고 상어 영양제가 궁금하신가요?

얼마 전 약국에서 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이야기를 하시던 손님이 웃으면서 묻더군요. 상어가 그렇게 튼튼하면 상어연골이나 상어간유도 몸에 확실히 좋은 거 아니냐고요. 사실 약국에서는 이런 질문이 꽤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름이 낯익어지면 성분도 갑자기 친근해지고, 그러면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속도도 빨라지거든요.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은 이미지보다 성분표가 먼저입니다. ‘상어’라는 말이 들어가도 스쿠알렌인지, 알콕시글리세롤 함유 상어간유인지, 뮤코다당·단백인지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기능도 다르고 하루 섭취량도 다릅니다. 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광고 문구보다 상호작용을 먼저 봐야 합니다.
부캉이와 상어 영양제, 같은 상어라도 성분은 다릅니다
상어 유래 건강기능식품으로 자주 언급되는 성분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상어 간에서 얻는 스쿠알렌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전에서 항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로 관리됩니다. 둘째는 알콕시글리세롤 함유 상어간유입니다. 이 성분은 면역기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으로 표시됩니다. 셋째는 상어연골에서 연상되는 관절 관련 성분인데, 제품에서는 보통 뮤코다당·단백, 콘드로이친, 글루코사민, MSM 같은 이름으로 보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어연골’이라는 원재료명이 기능성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면 포장에 기능성 원료명과 기능성 내용, 1일 섭취량이 따로 표시됩니다. 반대로 일반식품이나 기타가공품이면 건강기능식품처럼 기능성을 기대하고 먹으면 곤란합니다.
하루 섭취량은 숫자로 확인해야 합니다
스쿠알렌은 제품마다 캡슐 수와 함량 표시 방식이 달라 헷갈리기 쉽습니다. 공전 기준에서는 스쿠알렌으로서 하루 10g을 기준으로 봅니다. 다만 실제 제품은 ‘스쿠알렌 함유 유지’와 ‘스쿠알렌’ 표시가 섞여 보일 수 있어, 캡슐 몇 알인지보다 기능성분 함량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알콕시글리세롤 함유 상어간유는 알콕시글리세롤로서 하루 0.6~2.7g 범위가 기준입니다. 면역 관련 문구가 붙어 있어도 감기나 염증을 치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질병 치료가 아니라 정상적인 기능 유지와 건강 관리의 범위로 설명합니다.
관절 쪽에서 많이 찾는 뮤코다당·단백은 하루 1.2~1.5g 범위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절과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표현은 통증약처럼 바로 통증을 꺼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미 무릎이 붓고 열감이 있거나 걷기 힘들 정도라면 영양제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같이 먹을 때 특히 조심할 조합이 있습니다
- 상어간유 제품과 종합비타민, 비타민 A, 비타민 D를 같이 먹는 경우: 상어간유 계열은 지용성 비타민 표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비타민 A와 D는 몸에 축적될 수 있어 여러 제품을 겹쳐 먹으면 부담이 됩니다.
-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심혈관 약을 복용 중인 경우: 콘드로이친이나 글루코사민 계열에서 혈액응고 지표 변화가 보고된 적이 있어 임의로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자가면역질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 복용, 항암치료 중인 경우: ‘면역에 좋다’는 말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방향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면역계를 건드리는 성분은 주치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 어류나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상어 유래, 어류 유래, 갑각류 유래 원료가 섞일 수 있습니다. 원재료명과 알레르기 표시를 꼭 봐야 합니다.
- 수술이나 치과 시술을 앞둔 경우: 복용 중인 건강기능식품 목록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약이 아니라도 지혈, 혈압, 혈당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효과보다 먼저 봐야 할 라벨 문구
약국에서 제가 제일 먼저 보는 건 제품 앞면의 큰 글씨가 아닙니다. 뒷면의 기능성 원료명, 1일 섭취량, 섭취 시 주의사항입니다. 같은 ‘관절’ 제품이라도 어떤 것은 MSM이 중심이고, 어떤 것은 뮤코다당·단백이 중심이며, 또 어떤 것은 보스웰리아나 비타민 D가 함께 들어갑니다. 이미 관절 제품을 하나 먹고 있다면 새 제품을 더하는 순간 같은 성분이 두 번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속쓰림, 설사, 비린 트림 같은 불편감도 생각보다 흔합니다. 오일 계열은 공복에 먹으면 더 불편할 수 있고, 캡슐 크기가 커서 삼키기 힘든 분도 있습니다. 위장약을 자주 드시거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분은 복용 시간까지 같이 조절하는 게 낫습니다.
부캉이가 귀여워도 성분표는 차분하게 보셔야 합니다
부캉이 덕분에 상어 관련 영양제가 궁금해진 마음은 이해됩니다. 근데 건강기능식품은 유행을 따라 사기보다 내 약, 내 질환, 내 식사 패턴에 맞춰야 오래 갑니다. 특히 고혈압약, 당뇨약, 항응고제, 면역억제제, 항암제처럼 꾸준히 먹는 약이 있다면 제품 사진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약사나 의사에게 성분표를 보여 주세요.
저라면 ‘상어라서 좋다’보다 ‘이 성분이 내게 필요한가’를 먼저 묻겠습니다. 부캉이는 바다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고, 우리 몸에 들어오는 건 이름보다 근거와 용량이 분명한 쪽이 훨씬 마음이 놓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