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질 유산균 효능 어디까지 기대해도 될까요?

약국에서 11년째 일하다 보니 여성 질 유산균을 들고 “이거 먹으면 질염이 안 생기나요?” 하고 묻는 분을 자주 만납니다. 이미 가려움이나 냄새가 있는데 유산균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분도 있고요. 이 두 상황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질 유산균에 관한 연구는 있지만, 지금 생긴 증상을 치료하는 약으로 볼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성 질 유산균 효능,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요?
건강한 질에서는 락토바실러스 계열의 유산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균들이 만드는 젖산은 질 내부를 산성으로 유지하는 데 관여합니다. 그래서 유산균을 섭취하면 질 내 균 환경에도 좋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연구해 온 것이지요. 다만 입으로 먹은 균이 모두 질까지 가서 자리 잡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균주와 복용 방법, 원래의 질 내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과 확인된 치료 효과도 구별해야 합니다. 한 임상시험에서는 세균성 질염을 항생제로 치료한 뒤 특정 균주를 질에 사용한 사람의 12주 내 재발률이 30%, 위약을 사용한 사람은 45%였습니다. 눈여겨볼 결과지만, 이 수치를 시중의 먹는 질 유산균 전체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사용한 균주와 투여 경로가 달랐고, 항생제 치료를 먼저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 때문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현재의 근거만으로 유산균을 세균성 질염 치료의 대체 수단이나 보조 치료로 권하지 않습니다. 칸디다 질염 치료에 유산균을 쓸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질 내 유익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문구를 보더라도, 질염을 예방하거나 낫게 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가려움이나 냄새가 있다면 먼저 원인을 확인해야 해요
약국에서 냄새가 나니 유산균을 두 배로 먹어도 되느냐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냄새와 분비물 변화의 원인이 꼭 같지는 않습니다. 비린 냄새와 묽은 분비물은 세균성 질염에서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가려움과 덩어리진 분비물은 칸디다 질염에서 흔합니다. 실제 증상은 겹칠 수 있어 느낌만으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성매개 감염이나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생겼다면 유산균의 효과를 기다리며 진료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아랫배 통증·열·출혈이 있거나, 증상이 자꾸 반복된다면 더 그렇습니다. 진단에 따라 필요한 약이 달라집니다. 처방받은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유산균으로 바꾸거나,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는 이유로 복용을 중단해서도 안 됩니다.
평소 관리에서도 질 안을 씻어내는 세정이나 향이 강한 제품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질 세척이 균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유산균을 챙기면서 자극적인 세정을 반복하면 불편함의 원인을 놓치기 쉽습니다.
하루 몇 알, 몇 억 마리를 먹어야 할까요?
“100억 마리면 10억 마리보다 열 배 좋은가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제품에 적힌 CFU는 살아 있는 균의 수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클수록 질 건강 효과가 커진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도 균 수가 높은 제품이 반드시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연구에서 효과를 보인 균주와 용량이 무엇인지가 숫자 자체보다 중요합니다.
질 건강용 유산균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루 권장 균 수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같은 100억 CFU라도 어떤 균주가 들어 있는지, 하루 섭취량이 몇 캡슐인지에 따라 비교가 달라집니다. 제품을 먹기로 했다면 포장의 하루 섭취량과 보관 방법을 먼저 확인하세요. 장 유산균과 질 유산균을 함께 먹는다면 두 제품의 균주와 섭취량이 겹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두 종류를 더 먹는다고 질 건강에 더 좋다는 근거는 부족합니다.
또 하나, 먹는 캡슐과 질에 넣는 제형은 사용법이 다릅니다. 경구용 제품을 임의로 질 안에 넣어서는 안 됩니다. 포장에 표시된 사용 경로를 지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항생제나 다른 약과 함께 먹어도 될까요?
항생제를 복용 중이라면 유산균을 함께 먹어도 되는지 먼저 묻게 됩니다. 두 가지가 무조건 금기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균성 유산균은 항생제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함께 복용한다면 약 2시간 간격을 두는 방법이 흔히 쓰입니다. 국제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학회는 이 간격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면서도, 정확히 몇 시간이 가장 좋은지 비교한 연구는 부족하다고 밝힙니다. 항생제 복용 시간이나 기간을 유산균에 맞춰 임의로 바꾸지는 마세요.
항생제를 먹으며 유산균을 찾는 목적도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균주는 항생제 관련 설사 위험을 낮추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 결과가 곧 질염 예방 효과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질염 때문에 처방받은 약이라면 치료 일정이 우선입니다. 함께 복용할 다른 약이 있거나, 치료가 끝난 뒤에도 증상이 남는다면 처방한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알려주세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분, 중증 질환으로 치료 중인 분은 살아 있는 균을 섭취하기 전에 상담이 필요합니다. 드물지만 면역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유산균과 관련된 심각한 감염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임신 중이거나 질염이 반복되는 분도 스스로 용량을 늘리기보다 진단과 복용 중인 약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가 약국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광고 문구보다 지금 증상이 있는지, 어떤 약을 드시는지, 제품에 적힌 하루 섭취량이 얼마인지입니다. 여성 질 유산균도 그 순서에서 생각하면 기대할 수 있는 역할과 진료가 필요한 순간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